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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그에게 두 사람을 함께 사랑하는게 가능하냐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내 물음에 잠깐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자신은 가능하다는 대답을 했다. 실제로 그랬던 적이 있다며, 동시에 두 사람을 마음에 둔 적이 있다 했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그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오길 원하지 않았었다.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나와 무서울정도로 닮은 사람임을. 그는 내가 가진 별들을 귀히 여길 줄 알았기에. 다른이들의 반짝임에도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방황했고, 방황하면서 닿아 만나게 된 인연이었으니까. 언젠가 또 그렇게 훌쩍 떠나버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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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다 채워지지 못하는 외로움이 올 때면 나는 또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이들에게 기대해왔다. 이 사람과는 제발. 제발.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다 마음이 돌아갈 곳이 있는 이들이었다. 알았던 적도 있었으며 모른 채 만나다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랬다. 나의 오랜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새로운 인연을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 오랜 관계를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생각했다. 두려웠다. 그저 새로운 사랑이 다가와, 아무런 가책 없이 훌쩍 떠나버릴 수 있길 원했다. 나의 이런 면을 닮은 이들만을 만나며 오랜 시간 방황해 왔다. 진심이란게 과연 있긴 한걸까. 자책하고 아파하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나는 그때 나의 관계, 현실에 마주하지 못했다. 그저 숨기만 했다. 언젠가는 이 모든걸 해결해 줄 사람이 나타날거야. 사랑하지 않아도 마음이 안정할 곳이 필요하니까. 쉽게 여겼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란것을. 단 한번도 들키지 않았다. 나의 오래된 연인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착한 여자일거라 했다. 나는 끊임없이 진심을 짓밟는 짓을 해 오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누군들 다 이리 추하게 살지 않겠느냐며. 무섭지 않았다. 나의 마음이 떠난지 오래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놓아주어야 했었음을 알면서 그러지 못했다. 그 사람이 힘들고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아니다. 나는 내가 기댈 곳이 없어지고, 나를 아무 댓가 없이 사랑해 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내가 힘들고 외롭다 털어놓아야 할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옛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지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어김없이 반해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것을 쏟아내 왔다. 그러고 보면 나의 이전 연인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다 알고 있으니 자신이 모르게만 해 달라고. 무슨 말이나며 모른 채 넘어가며 그 역시도 무시해버렸다. 나는 언제까지 이런 사람들을 만나게될까. 왜 이런사람들만 만나는 걸까 수없이 자책하며 고민했다. 그러나 모두 나의 선택들이었다.





-
만나기 전부터 여러번 검색해봤던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그리고 그녀와의 흔적들. 어쩌면 나에게 했던 말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간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다. 그의 혼자인 시간들은 모두 거짓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관없다 생각했다. 나 역시 그때 정리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와 만날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저 내가 외로울 때, 혹은 공허할 때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음으로 만족했다.



그와 만나고, 처음 그와 마주 보고. 만나기 전 부터 입맞추고 싶다 이야기해왔던 간지러운 것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 기대감을 가지고 싶었다. 관계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야기했었다. 진지한 관계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지 못해 그리 방황했는데, 어떠한 연과 닿을 고리 없는 우리들이 만나 서로에게 진심을 갈구하고 있다니. 우습게도 욕심이 났다. 그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간의 나의 행동들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채. 그렇게 나는 뻔뻔할 정도로 그와는 진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사랑이 눈앞에 오니 정신없이 그 바다에 빠지고 싶었고, 그간의 나의 행동들에 대해 되짚어 볼 새 없이 그저 사랑하는 것에 매달렸다. 아무것도 필요없고 신경쓰고 싶지 않을만큼, 그는 정말 몇 년간 아니 나의 삶 속에서 가장 날카롭게 다가온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를 잃고싶지 않았다. 그가 내 사람이 되길 바랬다. 그러나 나는 전혀, 어떠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이제 알겠다. 이제야 알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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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마음에 둔 적이 있었다는 말. 아닐거라 믿고 싶었건만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나 싶었다. 나는 그에게 모든것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다 말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때때로 그의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가슴이 아릴 때도 있었다. 나는 그 짧은 순간 그의 입에서 부정의 단어가 나오길, 사랑은 오직 하나밖에 없어야 한다는 그 말을 그리 간절히도 바랬던 것이다.


내가 가진 아이디의 모든 공간에 그의 방문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는 내가 불안했던 것이다. 나 역시 그간 끊임없이 찾고 또 찾았다. 그의 숨겨진 계정들, 차단되어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하며 찾아내가며 그렇게 확인해왔다. 그러나 말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야속했었다. 그가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 역시, 그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고 기대만 했던 것이다.


언젠가, 그는 나와 sns 친구를 하며 어느새 내가 클릭하는 게시글의 사용자들까지 훑고 있다는 이야길 하며 이런 불필요한 것들을 신경쓰게 됨이 후회스럽다 했다. 어느날 밤은 술에 취해 들어와 내가 떠날까봐 무섭다 했다. 내가 너무나 불안하다 했다. 그 역시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나. 나만큼 혹은 아니 나보다 더 불안했겠지. 사랑하기에 잃을까봐 불안했던 것이다. 우리는 같았다. 왜 조금 더 솔직하지 못했을까. 그에게는 이야기 해야만 했다. 진심을 바랬다면 나 먼저 진심으로 다가갔어야 했다. 지금 내가 이렇다고. 당신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 불안하다고. 그러니 잡아달라고.


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그리 먹게 되니 모든 행동들이 그 생각에 초점이 맞춰져 해석되기 시작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수도있다는 생각들이 나를 덮쳐왔다. 슬프기도 하며 화가 나기도 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시간 혼자있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는 내 생각과 달리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 그가 보내는 사진들, 그의 시간들을 확인하면서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의심들에 묶여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화가 났다. 모든것은 내 마음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였던것 같다. 그냥 나의 지금을 털어놓고 싶었다. 나는 그저, 나의 눈앞에 놓인 이 상황에만 매달렸다. 위로받고 싶었다. 이전의 내 방법들과 같이.




-
기차를 타고 가며 수없이 생각했다. 나는 무엇때문에 힘들었을까. 개의 핑계도, 자신의 핑계도 대지 말라했다. 그러나 나는 그 2주 정도간 정말로 숨이 막혀 힘들었고 하루에 몇번씩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에게 나의 힘든 마음을 조금씩 털어놓게 되었고, 불평들이 이어지니 몸이 아프고 피곤하여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여러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있었지만 과연 그런 이유가 다일까. 지금에서야 생각을 하고 또 하다 보니 알것같다. 나는 그와 지내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단 한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을 정도였다. 그 역시 나를 자신의 옆에 묶었다. 우리는 우습다 이야기했다. 잠시라도 떨어지는게 싫다고,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보는것은 처음이라 어색하다 말했다. 나는 그에게 모든것을 맞춰주고 싶었다.
그것은 곧 나의 삶을 살지 않고 있었다는 거다.
나는 그와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내 생각과 마음, 모든것이 그와 만들어나가는 삶에 맞춰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 행복했다. 깨고싶지 않았다. 행복한 만큼 버거웠던 것을, 내 자신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이전까지의 나의 삶은 매우 불안했다. 나의 삶이 정착되지 않은 순간에 그에게로 모든것을 옮겨갔던 것 같다. 나의 목소리가 없었다. 여러번, 그의 말에 혹은 그와의 삶에 이건 아니다라는 이야길 하고싶었지만 속으로 참았다. 그가 싫어서가 아니었기에. 내가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 앞에서 나는, 내가 초라해짐을 스스로 택했다.




-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십번씩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내가 잃은 것들 뿐만이 아닌, 그간 눈감아왔던 내 솔직한 모습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 새로운 사랑을 하며 나를 돌이켜 볼 새가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기에 앞서 나 자신이 홀로 보냈어야 할 시간들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는 새로운 사랑에 빠져. 아니 사랑이라 말해왔던 내 욕망들에 빠져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을 위해 허우적대어왔다.
나의 지금까지의 모습들과 대면하고 보니.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아왔다는 것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말로는 나 자신을 사랑할거라 되뇌어 왔지만, 나는 나보다 타인들을 더욱 사랑해왔던거다.
혼자 있는 시간들, 생각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무섭게 덮쳐온다. 하루에도 수십가지 생각이 들며 괜찮아질거야, 자연스러운 거야 위로하다가도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고통스러움이 나를 짓누른다. 그러나 나의 모습과 마주하고 있다. 인정하고 있다.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이제까지의 내 삶이라고.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라고.



-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다. 내가 사랑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왜 나는 사랑앞에 이리도 나약한 풀벌레일까. 타 죽을것을 알면서도 맹렬히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발버둥치며 살았을까.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 글을 읽을 이들과의 시간들. 나의 사람이라면 제발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침대보를 적시며 울며 기도했던 시간들. 짧은 추억을 꺼내고 또 꺼내어 잊고싶지 않다 가슴을 쳤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마주하여 행복했던 시간들. 이대로 곧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시간들. 그리고 아팠던 시간들. 고민하며 수없이 담배연기에 한숨을 흘려보냈던 시간들. 그와의 세번의 이별. 그리고 그 속에 함께 붙잡고 있었던 이와의 시간들을 차근차근 뒤돌아 본다.


그리고 나의 삶. 나의 인생.
단순한 이별의 힘듦이 아닌, 나 자체를 돌아보며 이제껏의 살아온 시간들을 뒤돌아보게 된다.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웠던 내가, 이 자체로 빛나왔던 내가. 사랑이라는 것 앞에 모든것을 놓아버린 채 자신의 목소리 없이 흔들려왔던가. 그들은 나의 빛나는 눈빛과 곧은 내면의 목소리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사랑하며 그것들을 놓아버렸다. 마지막 순간, 너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느냐 분노 가득한 음성으로 물었던 그에게 나는 내 인생을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산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힘없이 바스라질 것을, 무엇을 위해 그를 사랑했던걸까.



진심으로, 처음으로 모든 것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포장해왔던 것들,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 끊임없이 나를 전달하는 그 모든것들.
이제 그것들을 놓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흔적을 따라 헤메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아픔들이 조금씩 굳고 딱딱해져 지금의 생각들을 곧게 감싸안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더 많이 아플 것이다. 더 많이 힘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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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하루에 한 끼도 입에 대지 못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냥 나는, 굳게 입을 닫아버렸다.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무엇으로 이 기분을 날려 버릴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집엘 내려왔다.
그래도 이곳에 오니 입에 음식이 들어간다.
눈물이 났다. 그간의 쌓아왔던 것들을 몇시간이고 속시원히 울어냈다. 마음이 조금은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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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몇년 전 여름의 기억이 난다. 


일주일간 고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퇴근길이었다. 

여름밤의 공기속에 빗방울이 흩날렸고, 홍대입구역에서 망원동까지 걸어가는 15분 남짓한 그 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물이 고인 웅덩이만을 골라가며 밟았다. 

그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나 홀로 빗속을 걷는다는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라는 것을 너무도 강렬하게 느꼈던 것 같다. 특별함은 없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묘했던 날이었다. 

공기는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고 한쪽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너무나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영상, 음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복합적인 느낌이었다.   

그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여 나는 두고두고 이것을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이라 칭하며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고 지냈다. 


나는 이제껏 연애와 사랑을 해 오며 소통하지 못함에 답답해 했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그들은 오롯히 느끼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나의 눈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한 사람에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만, 지금 잠깐 하는 이야기를 멈추고 음악소리에 귀를 귀울여봐. 어떤 것 같아?

-시끄럽고 쿵쿵대는 음악소리 때문에 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냥 거슬릴 뿐이야. 그래서 내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은 어때?


그때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 보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음악소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린 안돼. 우린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언제나 처럼 마음의 문을 닫았다.  


당신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인가요?


나에게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날씨가 마냥 흐려 인상을 찡그리기만 하는 이가 있다면

서울의 우울한 하늘을 사랑한다고 말할 이도 분명히 있겠지 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나는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 기대들은 어김없이 무너졌고, 나는 이것들을 나의 욕심일 뿐이라 덮어두게 되었다. 




-

올해의 파리에서 더욱이 알게 되었다. 

작년의 힘들었던 그 길을 다시금 되밟았지만

그가 나를 생각하고 담아준 음악들과 창밖 풍경들은 아름답게 맞물렸고

나는 그 순간 우습게도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짐이 이런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 역시 이곳에서 이런 기분을 느꼈겠구나.

어디에서 무얼 보건, 무얼 먹고 즐기던 이 느낌들을 모두 전달하고 싶었다. 

무엇이건 그를 위해 준비하려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함께했던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을 위하지 말고 당장 니가 하고싶은 것에 투자해. 여기까지 와서는. 

그 말을 못 들은 척, 나는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서점에서 보게 된 흑백의 사진집을 손에 들으며 그리 생각했다. 

나의 이번 여행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구나. 

당신과 더욱 함께 하고싶다는 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구나.

내가 원하던 사랑이란 것은 이런것이었구나. 

그간 그리 원해왔던 진정한 소통이자 공유였다. 

그 어떤 물질적인 것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마지막날, 깊은 밤 홀로 그에게 편지를 쓰며 알았다. 

내가 지금 어떤 표현, 문장으로 이 마음을 전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는 알았다.

그는 나와 닮은, 마치 거울과 같은 사람이었다. 



-

당신을 만나며 나는 내가 바래왔던 모든것들을 다 이루었다. 

나는 당신과 함께하며 그간 혼자 느껴왔던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끼고 들이마셨다. 

진심으로 충만했던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밤을 

간직해왔던 시의 구절들을 서로에게 건넸고

순간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서로에게 전송했고

가슴을 울리는 음악들을 함께 느끼고 공유했다. 

만난지 며칠이 채 되지 않았던 날. 

우리는 마주앉아 잘보여야 한다는 걱정 없이 입과 손에 음식들을 마구 묻혀가며 먹고 마시며 웃었다.   

서로가 그리 사랑하던 서촌의 밤거리들을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는 마주보며 이야기했다. 이곳을 너와 함께하다니, 이건 말이 안되는것 같아. 

지는 밤 공기를 느끼며 아무말 없이 함께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그렇게 정처없이 걷기도 했다. 

비를 한없이 맞으며 그냥 걷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가득한 공연장 한가운데서도 사랑한다 속삭이며 입을 맞추었다. 

언젠가는 한 밤중, 악몽에 시달려 큰 소리로 울었고 그는 그런 나를 안아주며 지켜주겠노라고 이야기했다. 

자다 깬 새벽이면 흐트러진 모양새로 깊게 입을 맞췄고 그 기억들은 다음날 나의 온종일을 가득차게 했다. 

매일 아침 그의 구겨진 베겟잎을 보며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가까이 하지 않았던 술을 마시며 그 가라앉음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짙은 시가 향을 들이키며 생각했다.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것을 어찌 경험했을까 하고. 


그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장면들을 단순히 눈으로만 담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담아 더욱 곱게 속으로 간직할 줄 알았다.

그리고는 때때로 여기치 않은 순간에 그것을 풀어내어 나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았다.

나의 잠든 모습. 쉴새없이 조잘대며 무언가에 집중할 때의 내려간 속눈썹. 입을 가리며 정신없이 웃어댈 때의 내 표정. 

그림을 감상하는 나의 뒷 모습. 사랑을 받고 있는 나를.

당신만의 시각 안에서 나는 그 언제까지고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 줄만 알았다. 



-

당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 했다.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 깊이 공감하면서도 불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다. 

현재를 살기에 행복한 것이라고.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게 지금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고. 

그러기에 나는 삶을 즐기며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의 눈에는 강한 확신들이 어려있었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의 그 눈빛을. 


당신을 저 버렸던 순간 그 눈빛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매서움이 담겨 있었다. 

잃고싶지 않다고 잘못을 비는 나에게 돌아온 말들은 더이상 나와 행복할 수 없다는 것.

나는 이제 너와 함께 더이상 행복할 수 없어. 너는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당신의 삶에 나를 품을 수 없다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위해 살아가는 너임을 알기에 더이상 발버둥 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체념했다.

나는 그에게 변함없는 휴식이 되어주겠다 약속했는데.

한순간에 잊고싶은 존재가 되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기억과 함께. 

그동안의 사랑들을 아름답게 기억 하는 것은 이제 나 혼자임을 알고 있다.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길것이다. 





나는 이 소중했던 순간들을 뒤로 하고, 무지개가 져 버렸기에 따라오는 그림자들을 외면했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난다면, 나의 실수에 대해 더욱 깊이 마주하고자 한다. 

마지막 순간 나는 왜 당신때문에 힘들어했는가 더욱 솔직히 뱉어보려 한다. 

지나간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그 심정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무엇을 놓친 채 알기 위함이라. 



누군가는 잊어버리라 억지로 떠올리지 말라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그를 그리고 추억하고, 그리고 나의 잘못을 떠올리겠다. 

인생은 선이 아닌 점이기에. 지나간 일을 마음아파하고 느끼되, 붙잡혀 있지 않아야 한다. 

내가 아름답다 생각했던 사랑은 나의 약한 마음이 고개를 드는 그 순간, 당신의 믿음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 순간 끝났지만 

앞으로의 나의 삶은, 무수한 점들이 맞물려 다시 하나의 선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 충분히 아파하리라. 슬플 때는 마음껏 슬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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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 그런 것 아니겠어? 항상 단순하고 미니멀한 것만 보다보면 뭔가 좀 잭슨 폴락 그림처럼 거침없이 흩뿌려진게 보고싶고, 

계속 흩뿌리다보면 정갈한 정원에서 차 마시고 싶고. 

그때 그때의 마음은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기고 이뤄진걸테니까, 누가 변덕부린다 해도 내가 마음이 그러면 그런거지.

불안한 시선은 젊음의 특권이야. 마음껏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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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랫만에 비가 왔다. 요 며칠 지속된 무더위에 일 마치고 부랴부랴 집에 도착하니 나에게서도 소금냄새가 났다.

집에 있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지 않은지 몇주가 된 것 같다. 어제는 집에 들어가기전 부터 오늘은 꼭 잊지말아야지. 잊지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잎사귀 한번 만져주고는 물 주는걸 깜박하고 말았다. 묘하다. 한 삼주는 되었으려나, 죽어가고 있다고 속삭이는 것들을 내가 듣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

어제는 비가 오는 날이었다. 


차 문을 열고 그의 옆에 앉았는데 평소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와 나는 한층 가라앉아있었는데, 정말로 오랜만에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작은 미동 하나 없이 가만히 있는 그 순간 사랑스러운 마음이 물결처럼 넘쳐나서 입을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습기찬 공간 안에서는 그의 살결 냄새가 났고, 입을 맞추니 그의 체취가 바다같이 밀려왔다. 

바깥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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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었다.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불안했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다가왔다.


나는 불안했다.

아주 상냥히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그리고 동화에서처럼

은은히 밤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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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



그의 시는 경험 속에서 상상을 포획한다. '낙서'라는 시도 경험으로 썼다.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너무 더럽고 누추한 거에요. 보니까 식당 아주머니가 중풍을 앓으셔서 한 쪽이 마비가 된 거에요. 누가 봐도 요리를 못하실 것 같은데 옆에 아저씨가 앉아 계세요.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계속 물어보면서 음식을 만들어요. '이 다음에 뭐 넣어? 또 뭐 넣어?' 그게 앞으로 먹을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도 있는데, 저는 좋았어요.


물론 시 쓴다고 세상을 항상 따듯하게 볼 순 없지만, 이 장면이 내 인생에 있어서 참 좋은 장면이다.

물론 맛 없는 음식을 먹게 될 지도 모르지만. 작은 분식집이라 보니까 여고생들이 벽에 연예인들 이름을 잔뜩 써놨더라고요. 저도 낙서를 해놓고 나왔어요. '봄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다.'




-




봄은 문 앞까지 와서 고갯짓만 살짝 하고 도망가버리는 열두살 여자아이 처럼.

언제 오나 그렇게 기다렸건만 사실은 우리 옆에서 고운 꽃들을 입고는 늘어져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악 소리가 날 만큼 차가운 공기에 헐레벌떡 내려왔던 부암동의 어느 골목길은 이제 하얗게 뿜어져나오는 입김 없이 밤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창가에 앉아 창문을 열고 내리는 빗소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답잖은 변화.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엔 우리들은 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알기에, 의미 없는 의미를 부여한다. 


손을 꼭 부여잡고 꼬불 꼬불한 길을 하염없이 내려 걸어오다 우연히 그가 궁금히 여겼던 한옥을 개조한 작은 술집 앞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 강렬한 기억이 덮쳐올 때 순간을 멈추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종소리가 들려오던 그 순간은 홀연히 귀신이라도 다녀간 듯 모든것이 정지된 것 처럼 차원과 공간이 소용없는,

마치 누군가 시간을 멈춘 듯 그와 내가 잡고 있는 손의 따듯한 감촉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누구보다 기다리던 봄이 우리의 앞에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잠시 나타났다 도망쳐버리기라도 한 듯. 

그날 밤의 공기와 불어오던 바람의 온도는 부정할 수 없는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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