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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며칠전 엄마는 나에게 다시 글을 쓰는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다. 나는 자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쓰는 것 보단 읽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보단, 다른이의 이야기들로 덮어두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글을 쓰고 저장 버튼을 눌리게 될 지, 혹은 그대로 화면을 닫아버릴지 모르지만은.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늦은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특히나 생각이 많은 날이면 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정말로 게으르게도, 그 욕구는 그저 생각에서 그쳐버린다. 글을 쓰며 내뱉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요즘의 나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기에 두려운 나머지, 그간의 시간들을 삼켜버린다. 





-

엄마, 사랑하는 나의 엄마. 

그동안 나는 나의 어머니 앞에서 여러번 휘청이는 꼴을 보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나를 보러 온 어머니에게, 집안 꼴이 이게 뭐냐며 신발을 벗자 마자 정리를 도우려는 엄마에게. 

밥은 제때 챙겨 먹고 다니냐며 새벽같이 일어나 반찬을 만들어 짊어지고 온 엄마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내뱉는 것이 힘들었다. 침대에 누워 잠든 엄마 옆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엄마는 잠들지 않았었고, 우리는 역시나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녀는 나의 모습을 통해 본인 자신을 보는 양 힘들어했다. 나 역시 엄마와 마주할 때 마다 그 기억이 떠올라 무너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엄마는 자신을 원망하냐 물었다. 우리의 대화는 항상 닿지 못한 채, 끊임없이 서로의 주변을 겉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한다. 나의 어머니. 본인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가 상처받는 사실을 알고있기에, 눈치를 보며 제대로 안부조차 묻지 못하는 어머니. 시간이 지나서 네가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그때는 자신을 이해할 거라 했다. 너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사실 그 시간이 오는 것이 두렵다. 이해하지 못하는 지금에도, 원망스러운 잔물결이 마음 밑바닥에 남아있는 현재에도 그녀를 떠올리면 금방이고 눈물이 솟아올라 말문을 이을 수가 없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나는 그제서야 후회하게 될까.  


나의 쓸쓸하고도 절절했던, 책임질 수 없었던 기록 속에 

단 한줄도 그녀의 이야기는 없었다. 

혹여나 내가 죽기라도 하면 나는 어느 시절 나와 함께 했던, 떠나간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만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한없이 마음이 쪼그라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여러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나의 어머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제는 언제고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려 한다.

누군가에겐 그저 지나가는 이에 불과했을지라도, 적어도 나의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주려 한 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보고 싶다. 잊지 않아도 될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좋던 싫던 언제나 곁에서 마지막까지 마주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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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그 기준 때문에 너는 더 힘들어질거야. 외로움이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져버리고 등돌려야 할 것이 아니라, 네 안에 그것들이 있다면 언제까지고 함께 짊어지고 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때?

그 말에 나는 조금, 깊게 생각했다. 


-받아들이고 인정 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내가 그간 휘청거렸던 이유는, 오히려 나의 마음에 대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 관념적일지라도 명확한 무엇이 있었다면 앞 뒤 없이 내달리는 삶을 살았을까-


사실 고독이란 단어는 말이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뜻하는 말이야. 그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홀로 있음' 이라고. 그런데 유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고독이란 단어에 -쓸쓸함- 이라는 감정이 이입되어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란 말은 이와 비슷한 맥락이야. 너의 그런 성향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 필수불가결적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도망치거나 두려워 하지 않을거야.


이해가 갈듯 말듯 하면서도 무언가 말장난 처럼 느껴져, 나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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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했지만 

그건 그 누군가 절실해 보지 못했기에 내뱉는 말이었구나 싶다. 

포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은 조금 덜 매력적이고, 심심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만은 

끝이 보이는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치 앞도 모르는 앞으로의 일들이지만 적어도 나의 마음을 굳게 믿고 있으니

같은 이유로 무너지지 않을 확고한 신념이 있다는 것과 같다. 


사랑이 빠져나간 나의 삶은 여백이 많아졌다. 

마치 이우환의 그림과 비슷하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지만 

비워짐은 그것을 채워줄 깊고 깊은 사색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나의 삶은 원치 않게 여백이 생기게 되었지만 -이만큼 깊게 마주한 적이 있을까- 

나는 가벼워 졌지만, 또 한편으로 더욱이 무거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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