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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감정에 동요가 있을 때는 항상 울음을 터뜨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버릇이 잘못 들었다 싶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나의 속마음이 이렇다고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 이렇게나 소극적일 수 없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었다. 상황을 탓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탓하기도 하고. 돌아오는 마지막의 내 자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생각을 삼키는 것이었다. 내 감정을 전달함에 있어 많이 서툴렀던 듯 싶다. 혹은, 상대방의 포용력이 내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입을 다물고 홀로 감정을 삼키는 것은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참 편했다. 그럴때면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홀로 실컷 울고 나면 몸이 나긋나긋해지며 눈꺼풀을 들어올릴 힘 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잠을 청했다. 잠을 청하며 한달이고, 일년이고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패턴들을 반복하며 결국 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야 말았는데,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

나는 꽤나 많은 시간들을 기록해 왔다. 

나에게 있어 기록이란 것은 '가라앉은 감정'들의 토해냄이었고 글을 쓰는 것은 그 감정들의 해소를 위해서였다. 

오히려 가끔은 그것에 깊게 빠져들어 일부러 우울감에 나를 묻곤 했다.

글을 쓰는 것은 마치, 마음 속 깊은 곳에 쌓이고 쌓여 굳은 딱정이들을 떼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며

반대로 문제와 상처들을 다시금 상기시켜 그 중심에서 벗어나오지 못해 허덕이게 하는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감정들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글을 쓰는 일 뿐이었다. 

글을 쓰며 나는 솔직해 졌고

글을 쓰면서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감추어야만 했던 이야기들을 삼켰고

그것들은 나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우습게도. 내 심정을 대변하는 곧은 기둥이 되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은 반대로 나의 삶에 있어 빠지지 않을 원동력이 되었다. 

잠식당한 시간들은 나에게 있어 필수불가결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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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실 별 탈 없는 하루였다. 

하루하루가 무사 태평하게 넘어갈 때면, 나는 어김없이 덮어두었던 것들을 긁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떨쳐내버려야 할 혹이 아닌

나의 주머니 속 깊숙히 움켜잡고 있는 것이라, 

혹은 아직 놓을 생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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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당신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사실 이런 감정들을 안고 사는 것이 싫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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