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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쓴다. 

오늘은 참 피곤하여 늦은 저녁 무렵 잡아놓았던 약속도 모두 취소한 채, 집에 들어와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있다. 

오늘은 낮부터 참 우울했다. 

밖에선 실오라기 같은 빗방울이 흩날렸고, 오랫동안 공들여 만진 머리칼이 모두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무언가 모르게 가슴이 콱 막힌듯 하여 여러번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모르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유 덕분이겠지만. 


술의 기운을 빌려 글을 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또한 가려버리고 싶을 일이 되버릴지, 아마도 그럴것이다. 

혼자라는 것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항상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매일 아침, 매일 저녁에 듣던 목소리에 위안을 받곤 한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작년 유월 하염없이 제주를 떠돌아 다녔던 생각이 난다. 고작 몇개월 전이지만, 그때는 내 자신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작년의 여름 이렇게 죽어버려도 미련이 없겠다 생각할 만큼의 시간들이 지나갔으니 현재는 아주 담담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참 편안하기도 하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그간 발버둥 쳐 왔고,

지금에서야 나의 모습을 뒤돌아 보니 참 잘 했다 싶었다. 

그간의 시간들에 있어서는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련없이 모두 불태웠기 때문이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이나 바뀐 모습을 마주할 때가 오겠지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상황을 몇번씩 곰씹으며 이제는 웃기도 한다. 


여전히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모두들 잠든 새벽 홀로 잠에서 깨면 그때는 마치 가슴이 찢어지는 양 슬픈 기운이 나를 덮치기도 한다. 

자존감이라고는 없었던 시간들이었지만 뭐 그닥 후회 하지는 않는다. 조금이나마 솔직할 수 있었다는 것은 비참하지만 떳떳한 일이기도 하겠지. 


마흔살의 누군가는 나를 보며 웃었다. 

사십대인 자신 앞에서 이십대인 내가 인생의 무거움에 대해 논하다니 살기 힘들다는 소리는 아직 할 때가 아니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라. 그러나 모두가 느끼는 상황들과 무거움은 상대적인 거니까. 시간은 지나가고 이 모든 것은 어렴풋한 기억 속에 묻힐 때가 올 거라며 기운내라 했다. 



참. 어렵다.

멋대로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결과는 

멋대로 살아온 만큼 멋대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생각보다 무겁다. 

그러나 정말 한편으로 편안하다. 

참 우습고도 어려운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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