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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한 것이 있다면, 어떤 상황이던 '생각을 많이 하자' 였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복잡해지는 한이 있어도.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는 왜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며 피곤하게 사는 한이 있더라도. 제주에 있을 때, 언제까지 머무를 예정이냐는 물음에 나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었다. 언제까지 있을지 의문이다, 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어떠한 연유로 혼자 이곳에 있는지를 물었고, 나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 라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남겼었다. 


'사실 생각을 하기 위해선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네가 사소한 일상에 물음을 품는 것이 익숙해 진다면. 그것은 너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란다.'



-



요즈음은 정말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다. 

행복해서, 안정되어서. 혹은 불안해서. 생각을 깊게 이어가지 않았다. 

불안을 품지 않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 진 것 같다.

결론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언제나 물음을 던지라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는 너무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쓸데없는 불안을 품고 지내는 사람이라서 덜어낼 필요가 있었고 생각을 버려야 했던 것이다. 


며칠 전, 이런 질문을 받았다.

'너 그 사람과 미래라도 생각하는거야? 확신이 있는 거냐고.' 

순간이지만 조금 깊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곧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지금의 생활들에 너무나 만족해.' 

'그래. 그러면 된거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것이 정말로 행복한거야. 쉽지만 어려운 거지. 그 기본적인 것들을 누리며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만족했다. 내가 그런 대답을 한 것에. 군더더기 없이 나는 정말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내 마음만큼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아 섭섭함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숨길 것 없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날을 세워 밤새 다투기도 하며, 지나간 일들을 꺼내놓고는 가시돋힌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우리가 서로를 간절히 원하기에 생기는 것들임을 알기에.

돌아눕기만 하면 곧 그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지금의 삶이.

나는 정말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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