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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언제나 변함없이. 시간은 잘도 흐른다. 흘러간다. 벌써 구월의 끝자락이라니, 쌀쌀해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는 게 아직은 많이 생소하다. 계절이 바뀌며 구석에 아무렇게나 쑤셔놓았던 옷들을 꺼내는 것은 정말 큰일이다. 나는 매사에 좀 그래왔던 듯 싶다. 미리 미리, 입을 옷을 잘 개어 정리해 놓는 편이 아닌. 나름의 규칙을 생각하며 정리하지만, 언제나 곧 더러워지기 일쑤다. 작년에는 무엇을 입고 다녔는지, 또 제작년에는 뭘 입고 다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참 시간은 잘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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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오랜만에 고향엘 내려왔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참 우습게도 벌써 이곳은 내게 시시한 곳이 되고 말았다. 이곳에 내려와 지내면, 나 자신이 보잘것 없는 시시한 인간이 되어버릴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렇다고 여기서 뭐 대단한 것을 하는것도 아니면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더라, 적어도 집에 들어와 지내니 난방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다행이라고 친구는 이야기한다. 글쎄. 이기적인 생각이겠지만. 이해하면서 보듬어 주며 살아가는 것에 조금 지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당장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오히려 내게 더 이롭지 않을까.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의 힘든 삶. 그 고충을 털어놓으며 조금씩 보상을 요구하는 나의 엄마. 아빠. 미안하다가도,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것도 문제 없는 집. 문제 없는 상황이지만 나는 항상 회피한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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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잠들수 있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용납될 수 있는 시간들. 

죄책감이 들지 않는 시간들. 

해가 지는 것이 기다려지고, 아침이 되어 눈을 뜨는 것이 싫다. 


오늘은 늦게 들어와 글을 좀 쓰고 싶었는데.

요즘은 참 글 쓰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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